제66회 라몬 막사이사이상 수상자 선정
라몬 막사이사이 재단 이사회(RMAF)는 올해 ‘라몬 막사이사이상(Ramon Magsaysay Award)’ 수상자로 부탄, 인도네시아, 일본, 베트남 출신 개인 네 명과 태국 한 단체를 선정했다고 8월 31일 발표했다. 1958년에 제정된 라몬 막사이사이상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영예와 가장 권위 있는 상 가운데 하나로, 막사이사이 전 필리핀 대통령이 보여준 위대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매년 아시아 전역에서 헌신적인 봉사와 사회 변혁을 위해 노력하는 개인과 단체가 막사이사이상을 받고 있으며, 올해로 66번째가 되는 막사이사이상 시상식은 올해 11월 16일에 필리핀 마닐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2024년 제66회 라몬 막사이사이상 수상자는 개인으로는 부탄 카르마 푼초, 베트남 응우옌 티 응옥 푹,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인도네시아 파르위자 파르한이며, 단체로는 태국 농촌 의사 운동(The Rural Doctors’ Movement)이다. 과거 승려이자 현 교육자선단체 설립자인 카르마 푼초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과거를 돌아보도록 하는 데에 지속적인 공헌을 한 것으로, 응우엔 티 응옥 푹 박사는 베트남 전쟁 중 살포된 고엽제에 대한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박사는 1960년대 병원 인턴으로 일하면서 고엽제 피해를 처음 접했으며, 이후 수행한 연구를 통해 고엽제 피해를 널리 알리는 데에 이바지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83)도 ‘아시아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83세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작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작품을 들고 10년 만에 관객을 찾았다. 해당 작품은 올해 3월 10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하야오 감독 수상과 관련하여 라몬 막사이사이 재단은 “감독 작품은 상업적인 성공만이 아니라 환경·인권에 대한 깊은 이해를 표현하는 등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밝혔다. 감독은 <이웃집 토토로>, <원령공주>,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위의 포노> 등 많은 명작을 내놓은 거장이다.
이번에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38세 파르위자 파르한(Farwiza Farhan)은 공동체 발전에 필수적인 깨끗한 공기, 물, 땅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데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6년, 파르한은 환경보호가들을 위한 ‘녹색 오스카’로 알려진 휘틀리 상을 수상했다. 또한 2022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으로 선정됐으며,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전 활동가인 제인 구달은 파르한이 보여준 헌신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다. 개인이 아닌 단체로 수상한 태국 농촌 의사 운동은 “경제발전과정에서 시민 권리와 건강이 뒤처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한 부분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수상대상으로 선정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라몬 막사이사이상은 1957년 3월 11일에 항공기 추락으로 사망한 필리핀 7대 대통령 라몬 막사이사이와 관계가 있다. 라몬 막사이사이 대통령은 1907년 8월 31일생으로,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경영학을 공부했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필리핀 육군 제31보병사단 소속으로 참전했으며, 바탄 전투 패전으로 사단이 와해되자 비정규군을 조직하여 종전까지 일본군과 교전을 벌였다. 하원의원을 거쳐 1953년에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전통 의상인 바롱 따갈로그(Barong Tagalog)를 입고 취임선서를 했다. 청렴하기로 소문났던 막사이사이는 가족과 측근에게 어떠한 혜택도 허용하지 않았다. 막사이사이 행정부는 필리핀에서 가장 깨끗하고 부패가 없었으며 종종 '필리핀의 황금기(Golden Years)'로 언급된다.
한편 1958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인 중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사람은 총 17명이며, 2000년대 들어서는 2002년 법륜, 2005년 윤혜란, 2006년 박원순, 2007년 김선태 그리고 2019년 김종기까지 모두 5명이다. 가장 최근에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김종기는 재단법인 푸른나무재단의 설립자이자 명예 이사장이다. 명예 이사장 김종기는 전라남도 목포 출신으로 성균관대 졸업 후 삼성전자 홍콩 법인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베이징 출장 중이던 1995년 6월 8일 고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이 상급생 5명이 행한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투신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학교는 사건에 대해 쉬쉬했고, 가해 학생 부모들도 자신들의 자식을 챙기는 데에 급급했다. 한국을 떠나려고도 했던 김종기 이사장은 아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학교폭력 예방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사직했다. 교육부 공무원을 포함한 정부 무관심에도 굴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 나갔으며 결국 2004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이끌어 냈다. 한편 가수 성시경은 자살한 김종기 이사장의 아들인 김대현과 반포중학교 친구였으며 그 인연으로 2001년부터 푸른나무재단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참고자료
- 《연합뉴스》 (2019. 8. 2). 김종기 청예단 명예이사장 막사이사이상 수상, https://www.yna.co.kr/view/AKR20190802132500004
- 《Manila Standard》 (2024. 8. 31). 66th Ramon Magsaysay Awards: Meet this year's winners, https://mb.com.ph/2024/8/31/66th-ramon-magsaysay-awards-meet-this-year-s-winners
- 《Voice Of America》 (2024. 8. 31). Doctor who helped Agent Orange victims wins Magsaysay Award, https://www.voanews.com/a/doctor-who-helped-agent-orange-victims-wins-magsaysay-award-/7767073.html
- 《The Straits Times》 (2024. 9. 1). Japanese animator Hayao Miyazaki among winners of Ramon Magsaysay Award, Asia’s ‘Nobel Prize’, https://www.straitstimes.com/asia/japanese-animator-hayao-miyazaki-among-winners-of-ramon-magsaysay-award-asia-s-nobel-pr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