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올드 상하이 쓰다유 시티(Old Shanghai Sedayu City)’: 노상해광장(老上海廣場)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현대에 많은 이들은 자신이 태어난 땅을 떠나서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여 살기도 한다. 이는 비단 오늘날만이 아니라 과거부터 빈번히 있던 일이기도 하다. 그러한 사람들 중에는 중국을 떠나 해외에 거주하는 화교가 있다. 해외 거주하는 중국인 또는 중국계 거주민들을 조금 더 세분화해서 보자면 화교(華僑, Overseas Chinese)는 대만 또는 중국 국적을 유지하고, 모국 문화와 경제 활동에 깊숙이 연관되어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와 딜리 화인(華人, Chinese Overseas)은 거주국 국적을 취득했으나 대만 또는 중국과 문화적으로 동질성을 유지하는 경우, 다시 말해 현재 이민을 가서 해외에 거주하는 이민 1세대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화예(華裔, Chinese Descendent)는 거주국 국적을 취득하고 문화적으로도 본국과 단절된 경우를 뜻한다. 화예는 보통 이민 2세대처럼 거주국에서 출생한 경우가 많고, 거주국 문화를 내재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늘날 교통과 통신 발달 영향으로 화인과 화예를 가르는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거주국에서 출생하여 거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 예능 프로그램을 주로 보고 대만 음악을 들으면서 문화적으로 대만 및 중국과 친밀함을 유지할 수도 있다. 따라서 명확하게 화인과 화예가 나뉜다고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대만 및 중국 문화 그리고 거주국 문화에 대한 친밀도 및 거리감 등을 놓고 보면 그 차이가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독(Glodok)에도 차이나타운이 있다. 세계 차이나타운 관련 사이트 ‘차이나타운놀로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차이나타운은 거의 300년 전인 1741년에 조성됐다. 문헌상으로는 기원전 3세기 진(秦)나라 때에도 이주 기록이 있으나, 11세기 송(宋)이 남양(南洋, 현재 아세안)과 무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상인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 원(元)과 명(明)을 거치면서 인도네시아에 정착한 중국인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17세기 중엽 청(靑)에 저항하던 남부 광둥(廣東)성과 푸젠(福建)성 일대에서 한족들이 남양으로 이주하기도 했다. 19세기를 지나 20세기 들어서면서 가난을 피해 또 일거리를 찾아 청을 떠나 말레이시아를 비롯하여 아세안 지역에 정착한 사람도 많았다. 인도네시아 주요 도시별 중국계 정착 기록을 보면 15세기경부터 명에서 온 무역상들이 자카르타에 정착했고, 1619년 네덜란드가 자카르타를 점령한 이후에는 건설업과 농업에 종사하던 중국계들이 자카르타로 대규모 이주했다. 자카르타 거주 중국계는 광둥성이나 푸젠성 출신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수라바야 역시 광둥성과 푸젠성 출신 무역상이 정착했다. 수라바야에는 15세기 초부터 중국계들이 정착했으나, 메단을 중심으로 북부 수마트라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늦은 19세기에 주석 광산, 사탕수수, 담배 재배가 활성화되면서 중국계 노동자가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2024년 인도네시아 10대 부호 중 6, 7, 8위를 제외하고 모두 중국계가 차지했다. 10대 부호가 소유한 총자산 약 1,713억 달러(약 225조 원) 중 약 80.32%에 상당하는 1,376억 달러(약 181조 원)를 상위 4명이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부호 순위 5위부터 10위까지가 보유한 자산은 10대 부호 자산 중 20%에 불과하다. 2020년 기준 약 2억7천만명이 사는 인도네시아에서 중국계 인구는 1.18%에 불과하다. 그런 면을 고려한다면 인도네시아에서 중국계들이 축적한 부가 상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거주 중국계들에게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1997년은 아시아 금융 위기로 아시아에 있는 많은 국가들이 힘든 시기였다. 경제 위기로 인해 실업률이 치솟고 가뭄, 산불 등 자연재해도 잇따라 발생해 인도네시아 내 민심은 흉흉한 상태였다.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 수하르토가 7번째 연임을 결정하면서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불만이 폭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반(反) 화교 정서를 이용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군중들 시선을 돌렸다. 당시 인도네시아 정부는 대규모 시위를 기획하고 부추겼으며 이는 결국 비극적인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 결과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이 1000명 이상 사망하고, 1998년 5월 13일에서 15일 사이에만 강간당한 중국계 여성이 400명이 넘는다. 당시 위협을 느껴 인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로 이주한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도 많았다.
▲인도네시아 내 반화교 정서는 수하르토 집권 시기와 관련이 있다. 수하르토가 집권하던 시절에 인도네시아는 26년 동안 반중국정책을 유지하면서 26년 동안 외교관계가 단절됐었다. 1990년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고 교류를 시작했으며, 이후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교류도 점진적으로 확대됐다. 2005년에는 ‘전략적 동반자관계(Strategic Partnership)’로, 2013년에 양국은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자관계로(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2023년에는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자관계’ 10주년을 맞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청두에서 회담을 갖기도 했다. 중국 자본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면서 분위기도 일정 부분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2022년 5월 27일 끌라빠 가딩(Kelapa Gading)에 문을 연 노상해광장(老上海廣場)이다. 영어로는 ‘올드 상하이 쓰다유 시티(Old Shanghai Sedayu City)’라 표기하며, 80개 이상 점포가 밀집된 이곳은 1950년대 상하이 거리를 재현한 곳이다. 중앙에 3층 목조 건물과 동쪽 황성(皇城)문, 서북쪽 주작(朱雀)문, 남동쪽 노호(老虎)문이 세워져 있어 중국계 문화와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올드 상하이 쓰다유 시티’는 기존에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17km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올드 상하이 쓰다유 시티’는 글로독 차이나타운 시장(Glodok Chinatown Market)과 달리 새롭게 조성된 인위적인 공간이다. 글로독 차이나타운은 매우 분주하고 시장 분위기가 난다면 이곳은 깔끔한 관광지 느낌이 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독 차이나타운은 과거처럼은 아니지만 여전히 설날 무렵에 가면 각종 설날 관련 장식과 홍등으로 붉게 물든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올드 상하이 쓰다유 시티’는 인도네시아 서부 표준시(WIB) 기준으로 평일(월~금)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말(토~일) 및 공휴일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대중에 개방된다. 인도네시아에는 앞서 언급한 인도네시아 서부 표준시를 비롯하여 인도네시아 중앙 표준시 그리고 인도네시아 동부 표준시가 있다. 인도네시아 서부 표준시(Waktu Indonesia Barat)는 한국보다 다 두 시간 느리고, 인도네시아 중앙 표준시(Waktu Indonesia Tengah)는 1시간 그리고 인도네시아 동부 표준시(Waktu Indonesia Timur)는 한국과 같은 시간대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 오전 10시라면 인도네시아 서부 표준시로는 오전 8시, 중앙 표준시로는 오전 9시, 동부 표준시로는 오전 10시이다. 서부 표준시와 중앙 표준시 사이 기준선은 자와섬과 발리섬 사이를 지나고 깔리만딴(Kalimantan) 섬 중앙을 지난다. 따라서 메단, 수라바야, 자카르타, 뽄띠아낙(Pontianak)은 서부 표준시, 발리는 중앙 표준시 적용을 받는다.
참고자료
- ≪Tempo.co≫ (2024. 05. 15). Forbes’ List of Indonesia’s 10 Richest People in 2024, https://en.tempo.co/read/1867796/forbes-list-of-indonesias-10-richest-people-in-2024
- Chinatownology≫ Jakarta Chinatown, https://www.chinatownology.com/chinatown_jakarta.html
- https://nationalgeographic.grid.id/read/132718811/berapakah-jumlah-sesungguhnya-populasi-tionghoa-di-indonesia?page=all#:~:text=Nationalgeographic.co.id%E2%80%94Sampai,5%20persen%20dari%20penduduk%20Indone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