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도 한강라면이...
한강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지난 10월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강하면 보통 서울을 가로지르는 강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한강은 조선시대부터 수도인 서울을 흐르는 강으로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한강 관련된 단어 중에는 ‘한강라면’도 있다. ‘한강라면’은 과거 물을 정량보다 더 넣어 국물이 마치 한강물만큼이나 많다고 하여 부르던 말이었다. 물을 적게 넣어 조리하여 짜게 된 라면은 물을 넣어 염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물이 너무 많은 라면은 소생이 불가능한 실패작이라는 뜻으로 ‘한강라면’이라 불렀다.
하지만 오늘날 ‘한강라면’은 과거와 다른 의미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한강라면’은 즉석식품조리기로 만든 라면을 뜻한다. 전기라면이라고도 부르지만 한강공원 편의점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여 ‘한강라면’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 라면 자동판매기는 1990년대~2000년대 초반에 잠깐 유행했으나 인기가 곧 사그라들었고, 2000년대 후반에 여의도한강공원 편의점에 지금과 유사한 라면 조리기가 들어오면서 재점화됐다. 이후 2011년 중순 한강공원에 있던 세븐일레븐에서 라면 조리기를 들여놓기 시작하면서 ‘한강라면’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세계라면협회가 올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필리핀은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라면을 많이 소비했다. 필리핀 소비자들은 국물이 있는 라면보다는 ‘판싯 깐똔(Pancit Canton)’이라는 비빔면이나 볶음면을 선호하며, 신맛이 나는 깔라만시와 고추가 내는 매운맛을 좋아한다. 또한 간식 형태로 컵라면을 먹기 때문에, 용량이 적고 한 봉지에 6~10페소(약 150~250원)하는 저렴한 라면을 선호한다.
한국 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필리핀에서도 국물이 있는 라면을 먹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필리핀 몬드 니신(Monde Nissin)은 2009년부터 '한국식 매운 해산물 맛(Korean Spicy Seafood Flavor)'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짬뽕(Jjamppong) 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한국을 배경으로 하거나 포장지에 한글 또는 한국어를 사용한 광고를 제작해 송출하고 있다. 작년 한국 라면 수출액 가운데 필리핀 비중은 3.89%에 불과했지만, 필리핀으로 수출된 한국 라면은 2018년 약 1200만 달러에서 작년 약 3700만 달러로 5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직된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연평균 10% 이상 라면 판매량이 증가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필리핀에서 저렴한 라면은 한 봉지에 6~10페소(약 150~250원)이지만 개당 60~200페소(1500원~5000원)인 한국 라면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늘고 있다. 작년 한 필리핀 웹사이트가 선정한 ‘필리핀에서 인기 많은 10가지 라면(10 Best Instant Noodles in Philippines 2024)’에 핵붉닭볶음면, 신라면 그리고 요뽀기 치즈떡볶이가 포함되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작년 12월 3일, 세부에 한강라면을 내세운 식당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개업 당시에는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영업했으나 작년 12월 11일부터 24시간 영업 중이다. 인기가 많은 불닭볶음면과 신라면을 비롯하여 진라면, 짜파게티 그리고 사리곰탕면까지 판매하고 있다. 라면에 김치를 곁들이거나 한국 만두를 넣어서 먹는 등 한국적인 즉석 라면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올해 12월 3일에는 개업 1주년을 자축하면서 4인 이상 방문하면 한국 소주를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세부에는 작년 12월 27일에 한국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명동 24도 등장했다. 이름 그대로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으며, 늘 손님들로 붐비는 곳이다. 명동 24 음식 맛이 좋아 자리 나기를 기다렸다는 손님들 후기도 많다. 세부에 있는 명동 24에서는 한국 분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면, 김밥, 어묵, 떡볶이, 떡꼬치를 비롯하여 김말이 튀김 등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식당 내부를 한국에 있는 김밥집처럼 꾸며, 손님들에게 음식만이 아니라 한국에 여행 간 것과 같은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다. 명동 24는 한강라면을 판매하지는 않지만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분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한강라면을 판매하는 것은 세부만이 아니다. 필자가 방문한 일로일로시에서도 한국 라면을 파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일로일로에 자리한 이 식당 역시 한국 라면을 즉석에서 조리할 수 있다. 가게는 넓지 않지만 유행 중인 한국 가수 노래가 계속 흘러나와 일로일로 젊은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라면 이외에 불고기 덮밥, 아메리카노, 김과 떡볶이 등도 판매하고 있다. 식당을 찾는 필리핀 손님들은 다양한 고명과 올려 즉석에서 조리 가능한 라면에 재미를 느끼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 문화를 즐기고 있다.
가게가 있는 일로일로시는 2020년 기준, 45만명이 거주하는 도시로 여러 유명 대학 분교가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인근 섬에서 대학으로 진학한 경우가 많아 도시 규모 대비 젊은 층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인터넷 사용에 능숙하고 유행에 민감한 청년층이 많기에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다. 따라서 이러한 지방 도시에서도 한국 관련 다양한 행사나 식당을 찾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음식을 비롯하여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필리핀 수도권을 비롯하여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기에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 https://www.facebook.com/hangangkrameon/?paipv=0&eav=AfYiZssyeuij6UamhevvN3_H-o1JEol9FOcHwU7P6mdgTlrA9wfE-ZwEoFb4XxJS8z0&_r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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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theoppaislife.com/ssamjang-express-mart-baliuag-bulacan/
- https://theoppaislife.com/kims-ramyun-ayala-cloverlea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