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역사와 사회

필리핀 국기에 담긴 역사

heliconia 2025. 6. 2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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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2일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중요한 날인 독립기념일이었다. 1512년, 스페인 왕실 후원을 받은 마젤란이 세부에 상륙한 이후 스페인은 무력으로 필리핀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스페인은 펠리페 2세 이름을 따서 이 지역을 라스 이슬라스 필리피나스(Las Islas Filipinas)라 부르기 시작했으며, 이는 현재 필리핀이 됐다. 스페인이 물러간 후 미국 지배를 받던 필리핀은 1946년 7월 4일에 독립했다. 1962년 디오스다도 마카파갈(Diosdado Macapagal)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을 기존 7월 4일에서 6월 12일로 변경했다. 이후 1965년부터 6월 12일을 공식적으로 독립기념일로 기리고 있다.

독립기념일인 6월 12일 이전, 필리핀 독립과 관련된 중요한 날이 하루 더 있다. 이 날은 ‘국기의 날(National Flag Day)’로 부르는 5월 28일이다. 또한 5월 28일부터 6월 12일까지를 ‘국기의 날들(National Flag Days)’라고 부르고 있으며, 해당 기간 중 필리핀을 방문하면 하얀 삼각형과 파란색, 빨간색, 노란 태양이 어우러진 필리핀 국기가 펄럭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정부 및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규모는 해마다 다르지만, 필리핀 국기가 펄럭이는 장관은 매년 반복된다. 국기 게양이 시작되는 오전 8시 기준, 2019년에는 필리핀 내 690곳에서 동시에 국기를 게양했지만 올해에는 1,122곳에서 동시에 국기를 게양했다

https://www.abs-cbn.com/news/nation/2025/5/28/-wata-what-you-might-not-know-about-the-philippine-flag-1329 피

필리핀에서는 왜 이 기간 중에 특별히 국기를 게양하는 것일까? 필리핀 독립기념일은 에밀리오 아기날도(Emilio Aguinaldo) 장군이 카비테(Cavite)에서 독립을 선언한 1898년 6월 12일과 관련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필리핀 국기가 처음 게양된 날은 그보다 앞선 5월 28일, 카비테 이무스(Imus) 지역에서 발생한 알라판(Alapan) 전투에서였다. 필리핀이 스페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이 전투에서 처음으로 국기가 사용됐기에 5월 28일을 국기의 날로 지정했다. 과거 알라판 전투가 벌어진 자리는 현재 알라판 공원(Alapan Heritage Park)으로 변모되어 있으며, 매년 국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와가이와이(Wagayway) 축제’가 열리는데, ‘와가이와이’는 ‘깃발의 물결(Flag Wave)’이라는 뜻이다.

필리핀 국기는 에밀리오 아기날도가 직접 도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처음으로 국기를 제작한 사람은 아기날도 부탁을 받은 마르셀라 아곤실로(Marcela Agoncillo)다. 아곤실로는 딸 로렌자(Lorenza)와 독립운동가 호세 리잘 조카인 델피나 나티비다드(Delfina Natividad)와 함께 5일 동안 바느질을 해서 아기날도가 도안한 국기를 완성했다. ‘필리핀 국기의 어머니(The Mother of the Philippine Flag)’로 불리는 아곤실로는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석을 팔고, 망명지에서 독립운동을 지원하는 등 필리핀 독립을 위해 헌신적인 일생을 보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필리핀 독립을 채 보지 못하고 1946년 5월 30일에 8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그렇다면 아기날도가 도안하고 아곤실로가 만든 필리핀 국기에는 어떠한 의미가 담겨 있을까? 먼저 흰색 정삼각형은 자유, 평등, 우애를, 파란색은 평화, 진실, 정의, 이상을 그리고 빨간색은 애국심, 용기 등을 의미한다. 흰색 삼각형 안에 있는 별 세 개는 루손(Luzon), 비사야(Visayas), 민다나오(Mindanao)를 뜻하며, 노란색 태양은 자유와 독립 그리고 8개 햇살은 스페인에 최초로 항거한 8개 주(마닐라, 카비테, 불라칸, 팜팡가, 누에바에시하, 타를라크, 라구나, 바탕가스)를 상징하고 있다. 평시에는 파란색이 위로 가도록 국기를 게양하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빨간색 부분을 위로 가도록 국기를 게양한다. 다시 말해 필리핀이 전쟁 중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국기 게양 방식을 보면 구분 가능하다.

필리핀에는 국기를 비롯하여 국가, 국가 상징 문양 기타 상징물 사용, 게양에 관한 규정이 있다. 이는 1998년 2월 12일에 제정된 필리핀 공화국법 8491(Republic Act No. 8491)으로 해당 법에 따라 공공건물, 학교, 도로 등에는 반드시 국기를 게양해야 한다. 또한 우리 청와대에 해당하는 말라카냥궁(Malacañang Palace),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 리잘파크(Rizal Park)에 있는 호세 리잘(Jose Rizal) 기념비, 카윗(Kawit)에 있는 에밀리오 아기날도 박물관(Aguinaldo Shrine and Museum) 등 주요 역사 유적지에는 1년 내내 24시간 국기가 게양되어야 한다.
 

참고자료
- 《Daily Tribune》 (2025. 5. 28). National Flag Day rites at Alapan in Imus, https://tribune.net.ph/2025/05/28/national-flag-day-rites-at-alapan-in-imus
- 《GMA Network》 (2025. 5. 28). PH National Flag Day marked with simultaneous flag-raising ceremony, https://www.gmanetwork.com/news/topstories/nation/947587/ph-national-flag-day-marked-with-simultaneous-flag-raising-ceremony/story/
- 《ABS-CBN News》 (2025. 5. 28). 'Wata-what' you might not know about the Philippine flag, https://www.abs-cbn.com/news/nation/2025/5/28/-wata-what-you-might-not-know-about-the-philippine-flag-1329
- 《Manila Bulletin》 (2025. 5. 28). National Flag Day and 127th Battle of Alapan Anniversary commemorated in Imus, https://mb.com.ph/2025/05/28/national-flag-day-and-127th-battle-of-alapan-anniversary-commemorated-in-imus
- 《Manila Times》 (2025. 5. 31). NHCP leads 2025 National Flag Days celebration nationwide, https://www.manilatimes.net/2025/05/31/tmt-newswire/nhcp-leads-2025-national-flag-days-celebration-nationwide/2124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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