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은 필리핀 독립기념일(Philippine Independence Day)

2024. 6. 12. 00:09필리핀/역사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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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항해가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은 스페인 왕실 후원을 받아 항해에 나섰다가 1512년 필리핀 세부에 상륙했다. 이후 마젤란은 세부 막탄(Mactan)에서 라푸라푸(Lapu-Lapu)와 벌인 전투에서 사망했지만 이후 스페인은 무력으로 필리핀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스페인은 필리핀 사마르와 레이테 섬을 놓고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Felipe Ⅱ) 이름을 따서 라스 이슬라스 필리피나스(Las Islas Filipinas)라 부르기 시작했으며, 이는 후에 필리핀이 됐다. 

스페인은 1571년부터 1898년까지 필리핀을 식민지로 통치했다. 1898년 6월 12일, 에밀리오 아기날도가 독립을 선언했으나 스페인과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이 필리핀을 다시 통치했다. 결국 1946년 7월 4일, 필리핀은 미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긴 시간 동안 잃었던 주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필리핀은 미국 독립기념일과 같은 7월 4일에 독립했지만 스페인 통치기에 독립을 선언한 6월 12일을 독립기념일로 선포하여 이를 기념하고 있다.

실 필리핀에는 독립기념일이 세 번 있었다. 1898년 6월 12일, 에밀리오 아기날도가 독립을 선언한 것이 바로 첫 번째 독립기념일이다. 두 번째 독립기념일은 일본이 필리핀을 점령하고 있던 1943년 10월 14일이다. 당시 일본 점령군은 미국이라는 외세로부터 필리핀이 독립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세 번째 독립기념일은 바로 미국으로부터 독립한 1946년 7월 4일이다. 태평양 전쟁 이후 미국은 필리핀에 독립을 ‘부여’했다. 

그러면 7월 4일이 아닌 6월 12일을 독립기념일로 기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립 이후 미국이 ‘부여’한 독립이라는 개념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필리핀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자신들이 정치적으로는 독립했으나, 경제 및 군사적으로는 미국 지배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1946년 체결된 벨 무역법(Bell Trade Act)과 1947년에 체결된 군사기지협정(Military Bases Agreement) 등을 보면 독립 이후에도 필리핀 경제와 외교 분야 중 상당 부분이 미국에 종속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많은 필리핀 민족주의자들이 신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독립 이후 필리핀 경제가 지속적으로 퇴보하고 경제 발전이 더디면서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얻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1962년 제9대 디오스다도 마카파갈(Diosdado Macapagal) 대통령은 기존 독립기념일을 6월 12일로 바꾸는 전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이러한 조치로 미국과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했지만 이를 환영하는 필리핀인들도 많았다. 한편 필리핀 의회는 독립기념일 변경을 1964년 8월 4일에 동의했으며, 이에 따라 1965년부터는 6월 12일을 공식적으로 독립기념일로 기념하고 있다. 

올해는 필리핀 독립 126주년으로, 이를 맞아 필리핀 정부와 문화계 등에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독립 영웅인 리잘을 기리는 리잘 공원 일대에서는 지난 6월 8일부터 29일에 걸쳐 독립운동가였던 보니파시오 전기 영화 상영, 역사유적지 걷기, 음악회, 전시회, 특산품 판매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또한 마닐라 시계탑 박물관에서는 6월 2일부터 7월 31일까지 독립기념일과 마닐라 날(Araw ng Maynila)을 기념하여 다양한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필리핀 국가역사위원회(NHCP) 역시 6월을 맞아 매주 금요일에  ‘Kalayaan(자유), Kinabukasan(미래), Kasaysayan(역사)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6월 12일 자정이 되면 필리핀에 있는 성당에서는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종이 울린다. 종이 울리면 사람들은 집이나 거리에서 폭죽을 터트리면서 독립을 경축한다. 필리핀 인구 가운데 약 10%에 달하는 1000만명 이상이 해외에 거주하기에 거주국 별로 독립기념일 행사도 열린다.  지난 6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솔라노 카운티에서는 6월 들어 가장 먼저 독립기념일 행사가 열렸다. 하루 뒤인 6월 2일 뉴욕에서도 필리핀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행진이 열렸다. 필리핀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아랍에미리트, 일본, 싱가포르, 캐나다 등지에서도 독립을 축하하는 행사들이 진행됐으며,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행사가 열렸다.

주한필리핀대사관은 이주노동부서울사무소 및 재외근로자복지청서울사무소와 함께 9일 일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부산 유라시아 플랫폼 야외광장에서 필리핀독립기념일과 한필 수교 7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필리핀 전통 춤 공연과 재한 필리핀공동체 행진 등이 열렸으며, 관광과 문화 관련 다양한 홍보도 진행됐다. ‘삐스땅 삐노이 사 코리아 2024(Pistang Pinoy Sa Korea 2024)’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행사에는 필리핀 연예인들과 함께  정성한 대표가 이끄는 쇼비티 소속 SB19MLD엔터테인먼트 소속 HORI7ON도 함께 하여 즐거운 무대를 마련했다. 당일 행사를 찾은 한국인들도 많았으며, 이러한 독립기념일 행사를 통해 양국은 앞으로도 우호와 화합을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https://repository.kulib.kyoto-u.ac.jp/dspace/bitstream/2433/56488/1/KJ00000131748.pdf
- https://pssc.org.ph/wp-content/pssc-archives/Historical%20Bulletin/PHA%20HB%202016.pdf
- https://archive.org/details/the-recto-reader/page/n7/mode/2up
- https://www.gmanetwork.com/news/lifestyle/content/908840/philippine-independence-day-events-to-celebrate-our-freedom-this-june/story/

- https://www.wheninmanila.com/hori7on-performs-pistang-pinoy-sa-korea-2024/#google_vignette
- https://www.facebook.com/PHin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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