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은 가미카제 특공대 창설일

2025. 10. 25. 11:11필리핀/역사와 사회

▲사진은 클라크 국제공항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가미카제 이스트 에어필드(Kamikaze East Airfield)입니다. 2019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찾게 됐습니다.

▲‘신풍(神風)’이라는 한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신풍(神風)’은 일본어 훈독으로 ‘가미카제(かみかぜ)’로 읽을 수 있지만, 일본군은 자신들 관례대로 음독인 ‘신푸(しんぷう)’로 읽었습니다. 이 단어는 13세기 몽골군이 일본을 침략하던 중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자, 이를 ‘신이 보내준 바람(神風)’이라 부르던 데서 유래한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가미카제 특공대 정식 명칭은 ‘신풍특별공격대(神風特別攻撃隊)’이며, 약칭으로는 ‘신풍특공대(神風特攻隊)’였습니다.

▲표지판 옆으로 일본 신사 출입구에서 볼 수 있는 도리이(鳥居)가 있습니다.

▲도리이 뒤로 동상이 하나 있습니다. 이 동상은 다름 아닌 첫 가미카제였던 세키 유키오(関 行男) 중위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세키 중위는 1941년 말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전함 후소와 경항공모함 치토세에서 복무했습니다. 1944년 9월 필리핀 제201 해군항공대에 전속됐습니다. 1941년 12월 8일 필리핀을 공습한 일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군 반격에 밀리면서 당황하게 됩니다. 1944년 10월 17일 미군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이 필리핀 중부 레이테 섬까지 진격해 오자, 일본 해군 중장 오니시 타키지로(大西瀧治郞)는 예하 201 해군항공대에 “제로전투기에 250kg의 폭탄을 싣고 육탄 돌격하는 것 외에는 미국 함대를 확실하게 공격할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1944년 10월 20일 쿠라쿠 기지(クラーク基地, 현 클라크 국제공항)에서 가미카제 특공대가 창설됐습니다. 이렇게 창설된 가미카제 특공대가 최초로 투입된 날이 바로 1944년 10월 25일이었습니다. 이 공격은 1944년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벌어진 레이테만 해전 일부로, 역사상 가장 큰 해전 중 하나이자 조직적인 가미카제 공격이 처음 시도됐던 전투였습니다. 레이테만 해전에 참여한 미군 카사블랑카급 호위항공모함 세인트 로(CVE-63)는 이러한 가미카제 공격으로 인해 최초로 격침된 항공모함으로 기록됐습니다. 10월 26일까지 총 항공기 55대가 출격하여 가미카제 공격을 감행했으며, 그 결과 세인트 로를 포함 호위항모 3척을 비롯하여 5척 이상이 격침되었고, 35척 이상이 중대 및 경미한 피해를 입는 등 총 40척 이상이 피격됐습니다.  가미카제 특공대는 레이테만 해전을 시작으로 필리핀에 이어서 이오지마·오키나와 전투 등 태평양 전선을 가로질러 자살공격을 감행했으며, 마지막 조직적 공격은 1945년 6월 22일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기쿠스이 작전(菊水作戦)’ 제10차 공격이었습니다. ‘기쿠스이 작전’은 1945년 4월 6일부터 6월 22일까지 총 10회에 걸친 자살특공작전이었습니다. 약 1,900회에 달하는 자살공격으로 미군 함정 36척이 격침됐으며, 368척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는 미 해군이 한 전투에서 당한 최대 손실 기록되어 있으며, 공식적으로 8월 20일까지 특공은 이어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물론 자살특공대 정규 편성 이전에 미 함대에 뛰어든 일본군 조종사들도 있었습니다. 1944년 10월 21일, 일본 항공기가 호주 순양함(HMAS Australia)에 충돌하여, 함장을 비롯하여 승조원 30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자폭한 항공기 소속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본 해군 항공대 또는 육군 항공대 6비행여단 소속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호주군은 이를 연합군 함선에 대한 첫 가미카제 공격으로 기록했으나, 계획된 작전이 아니었기에 가미카제 공격이 아닌 조종사 단독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가미카제 이스트 에어필드는 당시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필리핀 마발라캇시가 건립한 것입니다.

▲가미카제 이스트 에어필드에서 남서쪽으로 약 3km 떨어진 클라크 국제공항 인근에 가미카제 웨스트 에어필드(Kamikaze West Airfield)가 있습니다. 1943년 말에서 1944년 초 사이 일본군은 논밭을 개간하여 폭 984피트, 길이 4,593피트 활주로를 건설했고, 주변 농지를 이용해 연료와 탄약 저장소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1945년 1월 25일 미 제37보병사단이 비행장을 확보한 후에 클락 공군기지 시설로 편입됐습니다. 전후에 유해 저장고와 탄약 야적장으로 사용됐으며, 이는 1991년 클락 공군기지 폐쇄 때까지 지속됐습니다.

▲해당 장소는 통제된 상태라 인근을 지키는 경비원에게 사전 문의한 후 허가를 받아 들어갔습니다. 

▲해당 장소에는 일본어로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가미카제 특별공격대가 최초로 출격한 비행장”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인근에는 버려진 시설들이 꽤 있습니다.

▲인근에 평화 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기념비에는 가미카제 특별공격대 영령 추모비라는 글귀와 함께 평화를 기원하며 세계평화를 염원한다라는 문구도 적혀 있습니다. 

▲지난 10월 21일, 일본이 내각제를 도입한 1885년 이래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습니다. 여성으로서 첫 총리가 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는 헌법 개정 논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일본 헌법 9조를 보면 육·해·공군 등 전력 보유와 교전권 그리고 국제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 전쟁을 영구히 포기하는 조항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 군국주의 부활 방지를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일본은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개정을 통해 군사력 보유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위해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연정을 통해 헌법 9조 개정 협의체를 공식적으로 설치하기로 합의하는 등 협의가 구체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일본유신회는 헌법 9조 2항(전력 보유 금지) 삭제 및 자위대 명칭을 ‘국방군’으로 명시 등 개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헌법 9조가 개정되면 한국을 비롯하여 아시아 지역 안보 구도에 긴장과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보다 앞선 작년 7월 8일 필리핀과 일본은 마닐라에서 ‘상호접근협정(일본명 원활화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정은 평시에 양국합동군사훈련을 뒷받침하는 법적 장치이지만, 유사시 상대국 지원 병력 신속 전개는 물론 장기주둔까지 용인하는 것으로 전략적 의미가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일본 자위대는 태평양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철수했던 필리핀에 약 80년 만에 합법적으로 다시 진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본은 2022년 1월 호주와 최초로 이 협정을 맺었고, 2023년 1월에는 영국, 그리고 작년에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필리핀과 해당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필리핀은 대만과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은 해당 협정을 통해 남중국해 유사시 영유권 분쟁 중인 중국과 맞설 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이며, 일본은 이를 통해 아태 지역에서 군사 패권 확대라는 전략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작년에 체결되어 올해 9월 11일에 발효된 ‘상호접근협정’은 필리핀과 일본 관계가 군사적으로 완전히 재편성되었음을 상징합니다. 약 80년 만에 일본 자위대가 필리핀 영토에 합법적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된 이 협정은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적 안정이라는 명목 아래 과거 역사가 ‘봉인’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클라크 지역 전쟁 유적지들이 보여주는 현실은 이러한 ‘봉인’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클라크 국제공항 일대 가미카제 추모 시설들이 보여주는 교훈은 명백합니다. 가해자 ‘희생’은 기념비와 동상으로 영구화되는 반면, 피해자 ‘고통’은 시간과 공간에서 지워지거나 축소되는 현실에서 우리는 역사 인식에 대한 심각한 불균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재 일본 정치 동향을 보면 우경화 추세가 뚜렷합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 대한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에서 80%, 40∼50대에서 75%, 60대 이상에서 63% 지지율을 보였습니다. 이는 일본 20대와 30대가 현재 총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높은 지지율 그 자체가 반드시 군사대국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지지를 배경으로 일본 정부는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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