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8. 18:11ㆍ말레이시아
지구촌 최대 규모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제전에서 비롯됐으며 현재와 같은 올림픽은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처음 시작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년마다 번갈아 개최되는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을 감독하고 있으며, 이번 올림픽은 올해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다. 1924년 파리 올림픽 이후 정확히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열린 올림픽에 206개국 10,714명 선수가 참여하여 열전을 벌이고 있다. 필리핀은 이번 올림픽 9개 종목에 선수 22명을 파견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필리핀은 역대 최고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필리핀 카를로스 율로(Carlos Yulo) 선수가 남자 마루운동과 남자 도마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여 일 기준 아세안 참가국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금메달 2개를 획득했다. 필리핀은 8일 기준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로 24위를 기록 중이며, 태권도에서 금메달 1개 이외에 은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획득한 태국은 31위, 배드민턴 남자 단식과 남자 복식에서 동메달 2개를 차지한 말레이시아는 69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동메달 1개를 획득한 인도네시아가 72위를 기록 중이다.
필리핀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낸 선수는 여자 역도 하이딜린 디아즈(Hidilyn Diaz) 선수로 지난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필리핀 율로 선수는 지난 3일 필리핀 역대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이자 남자 첫 번째 금메달을 남자 마루운동에서 차지했다. 이어서 4일에는 남자 도마 결선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필리핀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2관왕이 됐다. 올림픽 2관왕이 된 율로 선수는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신재환(금메달) 선수에 밀려 도마 4위에 그쳤지만 4년 후인 이번 올림픽에서는 두 종목에서 금메달을 모두 따냈다. 필리핀스포츠위원회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율로 선수에게 1000만 페소(약 2억3500만원), 필리핀 하원은 600만페소(약 1억400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개발 회사(Megaworld)는 현금 300만 페소(약 7000만원) 포함 3500만페소(약 7억원)에 상당하는 콘도를 욜로 선수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필리핀 SM 그룹은 역시 욜로 선수에게 자사 쇼핑몰에서 100만페소(2350만원) 상당하는 가구와 식료품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메달과 별개로 파리 올림픽에서 필리핀 대표단 복장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미국 한 잡지는 필리핀 단복을 개최국 프랑스, 대만, 몽골, 멕시코, 미국, 아이티, 체코, 튀르키예, 호주 등과 함께 파리 올림픽 최고 단복 중 하나로 선정했다. 필리핀 단복은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프란시스 리비란(Francis Libiran) 디자이너가 제작했다. 프란시스 리비란 디자이너는 현대화한 필리핀 전통 의상 바롱(Barong)에 삔따도스(Pintados) 전사에게 영감을 받아 단복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부터 격식을 갖추기 위해 입기 시작한 바롱에는 화려한 자수가 놓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바롱은 만들기가 까다롭고 비싸서 일반 서민들이 입기에는 조금 힘든 옷이기도 하다. 바롱은 필리핀 7대 대통령이었던 라몬 델 피에로 막사이사이(Ramon del Fierro Magsaysay)가 즐겨 입으면서 대중화됐다. 단복 제작에 영감을 준 비사야 원주민 삔따도스 전사들은 용맹함을 나타내기 위해 발목부터 목까지 문신을 하는데, 이는 해당 지역에서 문신 축제로 승화되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바롱 대중화에 이바지를 한 막사이사이 대통령은 취임식에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전통 의상인 바롱 따갈로그(Barong Tagalog)를 입고 취임선서를 했다. 막사이사이 대통령 이후 필리핀 대통령들은 모두 바롱 따갈로그를 입고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바롱을 찾는 사람도 늘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바롱은 비싸기도 하고, 전통 방식으로 제작하는 곳도 많지 않아 필리핀에서 바롱을 입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대중화되면서 파인애플, 마닐라삼에서 뽑아낸 섬유 대신 폴리에스터와 견섬유 등을 섞은 천으로 만든 바롱도 판매하고 있다. 한편 필리핀 올림픽 위원회는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한 것뿐만 아니라, 전통 의상을 통해 필리핀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릴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선수들 역시 “전통 의상을 착용함으로써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고, 올림픽 무대에서 필리핀 문화를 소개할 수 있어 매우 자랑스러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스포츠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큰 성과를 거두며, 전 세계에 필리핀 매력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참고자료
- https://mb.com.ph/2024/6/19/poc-unveils-francis-libiran-designed-barong-for-team-ph-in-paris-olympics
- https://www.manilatimes.net/2024/07/27/sports/libiran-designed-team-philippines-outfits-among-10-best-in-paris-olympics-opening/1960262
- https://philippinetourism.co.kr/phil-intro/barong
- https://www.tatlerasia.com/people/carlos-yulo
- https://www.philstar.com/headlines/2024/08/05/2375539/millions-incentives-coming-yulo
- https://www.philstar.com/headlines/2024/08/05/2375594/house-representatives-doubles-incentive-yulo-p6-million
- https://www.gmanetwork.com/news/money/companies/915944/megaworld-reward-for-carlos-yulo-upgraded-to-p35-m-worth/story/#goog_rewarded
- https://olympics.com/ko/paris-2024/med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