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31. 05:19ㆍ필리핀/행사
필리핀 관광부 한국어 홈페이지에 따르면 필리핀에는 1,000여개 가까운 다양한 축제가 있다. 해당 홈페이지에서는 ‘필리핀 3대 축제’로 ‘시눌록 축제(Sinulog Festival)’, ‘아띠-아띠한 축제(Ati-Atihan Festival)’ 그리고 ‘디낙양 축제(Dinagyang Festival)’를 소개하고 있다. ‘시눌록 축제’는 매년 1월 셋째 주에 천주교 전파를 축하하며, 산토니뇨 영광을 기리는 축제다. 이 축제는 1980년부터 세부에서 공식 축제로 후원하면서 계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축제로, 시눌룩 춤과 산토니뇨(Santo Nino) 아기예수상을 들고 진행되는 행진(Fluvial Procession)이 백미이다. 이 행렬을 보면 왜 우아한 춤(graceful dance)이란 뜻인 시눌룩(Sinoulog)이란 단어가 축제에 사용됐는지 알 수 있다. ‘아띠-아띠한 축제’는 매년 1월 셋째 주 일요일에 열리며, 해당 축제는 13세기부터 이어진 필리핀 내 여러 축제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축제다. 파나이 섬 원주민인 아에따(Aeta)와 보르네오 섬에서 이주한 말레이(Malay) 사이 갈등 해소를 축하하며 동시에 화합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에 가톨릭 전파 이후 아기 예수인 산토니뇨(Santo Niño)를 찬양하는 종교적인 의미까지 더해졌다.
일로일로에서 열리는 ‘디낙양 축제’에서 ‘디낙양(Dinagyang)’은 ‘떠들썩하게 즐기며 놀다’ 또는 ‘융숭하게 손님을 대접하는 향연’ 등을 뜻하는 말이며, 이 축제는 암브로시오 “보이” 갈린데스(Ambrosio "Boy" Galindez) 신부가 일로일로에 오면서 시작됐다. 갈린데스 신부는 ‘디낙양 축제의 아버지(Father of Dinagyang)’으로 불리며, 1968년에 세부에 있던 산토니뇨 성상 복제품을 가지고 일로일로로 왔다. 신부와 함께 산토니뇨 성상이 도착하는 날, 일로일로 사람들은 이를 축하하여 거리를 행진한 뒤 성당에서 특별 미사를 올렸고 이것이 디낙양 축제 시작이 됐다. 처음에는 성상을 경배하는 미사를 올리고, 지역 내 몇몇 부족이 모여 전통춤을 선보이는 소박한 축제였으나, 이후 참여자가 늘면서 현재와 같은 규모가 됐다. 초기에는 파나이 섬에서 열리는 아띠-아띠한 축제와 비슷하다고 하여 ‘일로일로 아띠-아띠한 축제(Iloilo Ati-Atihan)’라고 불렀으나, 1977년 일로일로는 ‘보라카이 아띠-아띠한축제’와 구별하기 위해 축제 이름을 변경하기로 했고, 일로일로 내 유명 라디오 진행자였던 파시피코 수다리오(Pacifico Sudario) 제안으로 현재와 같은 이름으로 변경됐다.
이러한 축제에 비견될 수 없을 수 있지만 앙헬레스에서도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띡띠간 떼라깐 껭 달란 축제(Tigtigan Terakan Keng Dalan Festival)’가 지난 10월 25일부터 26일까지 열렸다. ‘띡띠간 떼라깐 껭 달란 축제’는 ‘길에서 노래하고 춤추자’라는 말로 지난 1992년에 시작됐다. 지난 1991년 6월 15일, 앙헬레스 인근에 있는 피나투보 화산이 분화하면서 많은 주민들이 대피에 나섰다. 20세기에 일어난 화산 분화 중 미국 카트마이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분화로 기록된 피나투보 화산 분화로 인해 앙헬레스를 포함한 인근 지역 농작물 생산 및 상점들이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화산 분화로 미 공군 최대 해외 기지인 클락 기지도 폐쇄되면서 앙헬레스는 이른바 유령도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피해가 컸다. 이에 1992년, 시장에 당선된 파민투안(Edgardo D. Pamintuan) 시장은 화산 폭발로 침체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길거리 축제 개최를 고민했고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띡띠간 떼라깐 껭 달란 축제’이다. 이 축제는 화산 폭발 이후 전례 없는 어려움에 직면한 이들이 삶과 공동체 재건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증표와 같다.
파민투안 시장이 바랐던 바와 같이 앙헬레스는 여러 면에서 활력을 되찾았다. 인접한 클락자유무역지구가 활성화되고 역시 해당 지구 내 클락국제공항 시설까지 확장되면서 한국인을 포함한 관광객도 증가했다. 이러한 활력이 더해지면서 해당 축제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1km에 달하는 도로를 차단하고 열리는 길거리 축제인 ‘띡띠간 떼라깐 껭 달란 축제’에는 매년 10만명 이상 되는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 ‘길에서 노래하고 춤추자’는 이 축제에 빠질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먹거리와 마실거리다. 필리핀에서 인기 있는 마실거리 중 하나인 맥주가 있고, 10월에는 이러한 맥주와 관련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인 ‘옥토버페스트’가 열린다. 옥토버페스트는 Oktober(10월)와 Fest(축제)를 합친 말로 10월에 열리는 맥주 축제를 뜻한다. 이 단어는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약 2주에 걸쳐 열리는 행사를 뜻하며, 바이에른 루트비히 1세와 테레제 공주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경마 경기가 바로 옥토버페스트 시작이었다. 해당 축제에서는 1880년부터 맥주 판매가 허용됐고, 1년 후부터는 구운 통닭과 소시지(Bratwurst) 같은 육류 안주를 파는 좌판 식당 헨들브라터라이(Hendlbraterei)가 등장했다.
2021년 기준, 필리핀 인당 맥주 소비량은 13.1리터이며, 필리핀은 세계 맥주 시장 가운데 점유율 0.7%로 높지 않지 않다. 하지만 필리핀 국내 주류 시장에서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72%나 될 정도로 주류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웹사이트인 익스펜시비티(Expensivity)에서 최근 발표한 세계 맥주 지수 2021(World Beer Index)에 따르면 필리핀인들은 1년 평균 맥주에 약 485달러(약 23,600페소)를 지출하고 있다. 세계은행 기준 2021년 필리핀의 인당 GDP는 약 3,460달러로 필리핀인들은 인당 GDP의 약 1/7에 달하는 금액을 1년 동안 맥주를 마시는 데에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산 미겔과 아시아 브루어리가 필리핀 맥주 시장의 99%를 장악하고 있는 필리핀에서 수입 맥주 수입과 소규모 양조장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1%대에 불과하다. 여기에 필리핀 최대의 맥주 제조와 유통을 맡고 있는 산 미겔이 운영하는 전국적인 맥주 축제까지 더해져 필리핀 내 맥주 시장에 한국 기업이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필리핀인들도 과거와 비교할 때 증가하고 있다.
참고자료
- https://www.sunstar.com.ph/pampanga/local-news/angeles-street-party-to-draw-thousands
- https://iorbitnews.com/tigtigan-terakan-keng-dalan-2018-from-ashes-to-progress/
- https://www.kirinholdings.com/en/newsroom/release/2022/1223_01.html
- https://www.fas.usda.gov/data/philippines-brewing-ingredients-and-beer-market-brief
- https://www.philstar.com/lifestyle/food-and-leisure/2021/02/24/2080054/average-filipino-spends-p23000-yearly-beer-report
- https://mb.com.ph/2023/8/16/san-miguel-oktoberfest-coming-soon-all-o-beer-the-country
- https://m.facebook.com/TigtiganTerakanKengDalan/
- https://philippinetourism.co.kr/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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