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작가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Francisco Sionil Jose)

2025. 1. 21. 12:04필리핀/음식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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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은 필리핀 작가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Francisco Sionil Jose) 사망 3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924년 12월 3일, 루손 북부 로살레스에 태어난 호세 작가는 필리핀 산토 토마스 대학교를 중퇴하고 기자 생활을 거친 뒤 작가로 활동했다. 그는 주로 필리핀 사회와 문화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전개했다. 호세 작가는 2001년에 필리핀 대표 작가(National Artist of the Philippines in Literature)로 선정될 정도로 필리핀 문학계를 대표하는 ‘국민작가’로 필리핀 내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그는 다름 아닌 호세 작가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한 호세 작가는 학교 도서관에서 호세 리잘 소설을 비롯하여 윌리엄 포크너와 존 스타인벡이 쓴 작품 등을 읽었다. 관련 기록을 보면 작
가는 호세 리잘이 쓴 『놀리 메 탄게레(Noli Me Tangere)』를 읽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독립운동가였던 호세 리잘의 삶과 작품은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 작가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호세 작가는 리잘 작품에 나오는 주제와 인물들을 활용하고 통합하여 로살레스 사가(The Rosales Saga)』를 썼다. 호세 작가 대표작 중 하나인 로살레스 사가』는 1962년부터 1984년까지 22년에 걸쳐 쓴 5권으로 된 연작이다. 

필리핀 민중의 삶과 문화를 영어라는 언어로 풀어낸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 작가는 영어권에서는 널리 알려진 필리핀 작가 중 한 사람이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생소하다. 호세 작가 작품 중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지난 2007년에 번역 출간된 『에르미따』와 2016년에 출간된 『물결의 비밀』중 <불 위를 걷다> 그리고 2020년에 국내에 소개된 『나의 마을, 나의 이야기』 중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등 세 편에 불과하다. 『에르미따』를 제외한 나머지 두 편은 단편이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에서는 호세 작가가 유명하지 않기에 아직 번역 출간된 작품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작가 작품 중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된 『에르미따』는 필리핀 독립 이전과 일제 침략기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호세 작가는 필리핀 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소외된 계층이 필리핀에서 어떻게 생존해 왔는지를 그리고 있다. 『물결의 비밀』중 <불 위를 걷다>는 광고회사 사장인 알프레도 루이즈가 고객과 약속을 위해 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과 뜨거운 돌 위를 걷고 춤을 추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고객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앞서 꿈과 같은 일을 겪었던 장소를 찾다가 한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루이즈에게 스페인 식민지 때 발생한 비극적인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후 해당 지역 토지를 소유한 스페인계 코벨로 가문 사람이 죽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이전에 겪었던 일이 꿈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루이즈는 호세 리잘이 쓴 소설에서 부당한 세금 징수에 맞섰던 인물인 카베상 테일즈를 떠올리면서 “왜 이 나라의 역사는 반복되는가?”라고 한탄한다.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에 실린 < 나의 마을, 나의 이야기>에는 어린 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이야기가 실려 있다. 소작농 가정에서 태어난 작가는 10살이 되던 해 호세 리잘이 쓴 소설을 읽고 식민주의 불평등과 악에 대해 알게 됐다. 이후 작가는 30살이 되던 해에 소설을 출간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

호세 작가는 영어로 쓴 소설이 마침내 자신의 모국(母國)인 미국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기쁨에 어쩔 줄 몰랐다. 그러나 출간을 위해 소설을 수정하면서 그는 회의감에 휩싸인다. “내가 왜 이런저런 대목을 고치고 있을까? 나는 왜 미국인에게 인정받기를 갈망할까?” 등과 같은 고민 끝에 그는 미국 내 출판을 포기했다. 미국 내 소설 출간을 포기하고 몇 년 후 호세 작가는 방대한 문학 자료 소장으로 유명한 영국에 있는 한 대학 도서관을 찾았다. 작가는 필리핀 문학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해당 도서관에서 필리핀 문학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영어로 된 필리핀 문학은 영국 문학과 함께 놓여 있었다.   

호세 작가는 필리핀 문학이 처한 현실을 목도하고 한탄하면서 자신과 필리핀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작가는 그에게 많은 영감을 준 국민 영웅 호세 리잘과 그가 쓴 소설을 떠올리면서 필리핀이 배워야 하는 모범이자 의지할 기둥은 바로 호세 리잘, 그 자체라고 언급하면서 글을 마친다. 이렇듯 호세 작가는 필리핀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끊임없이 필리핀 사회를 조망하고 필리핀 사회가 처한 현실과 나아갈 바를 지속적으로 문학을 통해 표현했다. 세상과 필리핀을 위한 그의 노력에 필리핀 사회도 화답하듯이 작년 12월에는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동상 제막과 함께 호세 작가가 1965년에 문을 연 서점 역시 필리핀 사회에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60년 된 서점은 작가 둘째 딸이 맡아서 여전히 운영 중에 있으며 필리핀 내 문인들을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지속적으로 찾아 책을 구매하고 또 세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다시 말해 해당 서점은 단순한 책 판매 장소가 아니라, 필리핀 문화와 문학을 이해하고 논의하는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호세 작가가 시작하여 아직까지 건재한 서점은 필리핀 사회에 이러한 문화적 공간이 필요함을 의미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필리핀 문화적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자료
-
https://www.tatlerasia.com/lifestyle/arts/f-sionil-jose-most-famous-works
- https://www.abs-cbn.com/life/01/06/22/f-sionil-jose-dies-at-97
- https://www.nytimes.com/2022/01/07/world/asia/f-sionil-jose-dead.html
- https://www.abs-cbn.com/life/02/04/22/f-sionil-joses-solidaridad-to-continue-operations
- http://librarynewsette.lasalle.ph/2022/02/remembering-f-sionil-jose.html
- https://mb.com.ph/2024/12/13/manong-frankie-forever-in-our-memory
- https://www.facebook.com/solidaridadbookshop/?locale=es_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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