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사전선거를 통해서 보는 필리핀 선거제도

2024. 4. 3. 08:05필리핀/뉴스와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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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다. 국민을 대신하는 일꾼을 뽑는 것을 중요한 일이지만 해외에 체류하는 한인이 투표를 위해 한국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불편함을 덜기 위해 1967년 재외국민 선거제도가 처음 시행됐지만 유신정권이 집권하면서 1972년 폐지됐다. 이후 재외국민의 참정권이 회복됨에 따라 해외 체류 한인들도 2012년 19대 총선부터 사전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재외 선거는 투표용지를 국내로 송달하는 기간을 고려하여 본 선거보다 2주 일찍 시작하고 개표는 본선거 종료 후 같이 이뤄진다. 전 세계 115개국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은 올해 3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재외국민 투표를 통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특히 해외에서 거주하면서 자라나는 젊은 한국인들도 참정권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하거나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됐다.
 

이번 22대 총선 등록 재외 유권자는 총 14만7989명으로 지난 21대 총선보다 약 14% 줄었다. 21대 총선의 재외선거 투표율은 23.8%로 낮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번 22대 총선의 재외선거 투표율은 역대 최고인 62.8%로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교민들이 투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편 미국이나 호주와 같이 국토가 넓거나 대중교통이 잘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투표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는 투표 지원을 위해 마닐라 인근 지역과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앙헬레스, 수빅 등지에서 투표 장소인 대사관까지 차량 운행을 지원했다.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앙헬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부루손한인회 역시 한인들의 투표 독려를 위해 나섰다. 중부루손한인회는 사전투표 관련 안내와 함께 투표장소인 대사관으로 향하는 버스 운행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했다.
 

한편 취약한 정당제와 유력한 정치 가문의 존재 그리고 고질적인 부정투표 관행 등은 필리핀 선거제도의 문제점으로 늘 지적되고 있다. 필리핀인들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의 독재에 1986년 2월 22일부터 1986년 2월 25일까지 ‘피플파워 혁명(People Power Revolution)’으로 맞서는 등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섰던 사람들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1965년부터 21년 동안 장기 집권한 독재자로 집권 기간 동안 자신에 반대하는 많은 이들을 고문하고 살해했다. 정부의 부패와 잔혹함을 더 이상 참지 못한 필리핀 국민들은 이에 저항했고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설득 끝에 1986년 2월 25일 하와이로 망명하면서 독재는 막을 내렸다. 해당 내용 사건과 관련하여 유네스코(UNESCO)는 지난 2003년 긴박했던 4일 동안의 라디오 방송 기록을 담은 ‘필리핀 피플파워 라디오 방송(Radio Broadcast of the Philippine People Power Revolution)’을 세계기록문화유산(UNESCO 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하여 독재에 맞선 민주주의의 기록을 보존하고 있다. 
 
2년 전인 2022년 5월 9일은 필리핀 선거일로 선거 결과에 따라 총 1만 8,180명의 공직자를 선출했다. 필리핀은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대통령 선거, 하원 선거, 상원 선거 그리고 지방선거까지 동시에 진행된다. 필리핀 대통령은 6년 단임제로, 대통령 선거와 함께 부통령을 뽑는 선거도 동시에 실시된다. 대통령 및 부통령 선거를 제외한 상하원 그리고 지방선거는 3년을 주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 수행 방향은 상하원 선거 결과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2년 전에 치러진 해당 선거에서 페리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공직 시절인 1995년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어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결국 당선됐다. 
 
같은 날 진행된 18대 필리핀 하원(Kapulungan ng mga Kinatawan ng Pilipinas/House of Representatives of the Philippines) 선거에서는 총  316명이 선출됐다. 하원은 한국과 비슷한 소선거구제-비례대표제 병립방식으로 전국 253개 선거구에서 1명씩 하원의원을 선출하며 나머지 63명은 비례대표제로 선출한다. 하원은 예산 관련 법안을 발의할 수 있으며, 1/3 이상이 하원의원이 동의하는 경우에는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에 대한 탄핵 소추를 제기할 수 있다. 필리핀 하원의원의 임기는 3년이며 최대 9년까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필리핀 상원(Senado ng Pilipinas/Senate of the Philippines)은 총 24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임기는 6년이지만 미국 상원처럼 3년에 한 번씩 선거를 치러서 24명 중 12명을 교체하고 있다. 상원은 하원이 발의한 예산 관련 법안을 변경할 수 있으며 재적의원의 2/3 이상이 찬성하면 조약에 관한 비준 및 선전포고 그리고 하원이 소추한 탄핵안에 대한 심리 및 탄핵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선출은 전국을 선거구로 하여 복수형 다수대표제(Plurality-at-large voting)로 하며, 유권자는 출마한 후보 중 최대 12명까지 선택 가능하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2명이 상원의원으로 당선된다.
 

참고자료
- 《Inquirer》 (2022. 2. 24). Why UNESCO’s ‘Memory of the World’ included audio records of EDSA 1986, https://usa.inquirer.net/94355/why-unescos-memory-of-the-world-included-audio-records-of-edsa-1986
- 《Rappler》 (2022. 4. 10). Guide to the 2022 Philippine elections, https://www.rappler.com/nation/elections/comprehensive-guide-philippines-2022-polls/
- 《아시아엔》 (2022. 4. 16). 5월 대선 앞둔 필리핀 선거제도의 고질적인 문제 3가지, http://kor.theasian.asia/archives/313043
- 《BBC》 (2022. 9. 29). Philippines martial law: The fight to remember a decade of arrests and torture, https://www.bbc.com/news/world-asia-63056898
- 《the 300》 (2024. 3. 27). 막오른 4·10 총선, 오늘부터 재외국민 투표…15만 표심 어디로?.  https://the300.mt.co.kr/newsView.html?no=2024032708271139093 
- Tsek.ph 홈페이지, https://www.tsek.ph/robredo-biggest-fake-news-victim-fact-check-group/ 
- https://youtu.be/-B5Aa9uH-pk?si=zlU3FoBbPrd_Lrv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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