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6. 00:22ㆍ말레이시아/뉴스와 통계
지난 3월 6일, 말레이시아 하원(Dewan Rakyat)에서는 ‘탄소 포집 및 저장 법안(Carbon Capture, Utilisation and Storage)’이 통과됐다. 통과된 법안은 이후 상원에 전달됐으며, 상원(Dewan Negara)은 3월 25일에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10장 53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제 기준에 맞는 탄소 저장소 위험 관리 및 책임에 대한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법안에는 ‘말레이시아 탄소 포집 및 저장 기관(Malaysian Carbon Capture, Utilisation, and Storage Agency)’ 설립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해당 기관은 탄소 포집 및 저장시설 허가 및 관련 산업 전반에 대해 감독할 예정이다. 이 법안을 통해 말레이시아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해당 분야 기술 축적을 통해 경제 성장을 추진하고자 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서말레이시아 동부 해안에 저장소 건립과 함께 철강 및 시멘트와 같은 중화학공업 육성을 노리고 있다. 또한 탄소 배출 감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과 일본과 같은 국가들로부터 관련 투자를 받고자 한다. 하지만 현재 말레이시아 내에서 탄소 포집 및 저장과 관련하여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는 곳은 사라왁이다. 사라왁은 지리적으로 한국, 일본 및 호주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으면서도 지질학적으로 안정적인 지반에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련하여 지난 2022년 12월 12일에 사라왁석유가스공사(Petros)는 포스코와 ‘고갈 유•가스전 활용 탄소포집저장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측은 포스코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블루수소를 만들 때 나오는 탄소를 포집하여 사라왁주 해상에 위치한 고갈 유∙가스전에 저장하는 사업에 대한 타당성 분석을 진행했다. 또한 포집한 탄소를 사라왁까지 운송 및 저장 설비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사라왁주는 지난 2022년, 말레이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탄소저장관련법(Land Code Carbon Storage Rules 2022)’을 마련했다. 해당 법에 따라 사라왁 내 저장소 건설 허가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사라왁은 해당 법을 통해 국제 기준에 맞는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여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하원에 상정된 법안이 이틀 만에 통과된 것에 대해 졸속이라는 지적도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법안 통과를 통해 탄소저장소를 유치하는 경제 발전 기회로 보고 있는 반면, 환경단체들은 적절한 안전장치가 부족하고 충분한 검토 없이 법안이 통과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후행동말레이시아(KAMY)는 정부가 탄소저장시설과 같이 중요한 사안을 경제성으로만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관련 산업을 통해 20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정부 설명 역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기후 정책 전문가 게리 티세이라 박사 역시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상업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박사는 탄소포집 및 저장시설은 전 세계적으로 소규모로 운영되는 단계에 있으며, 아직 상업적인 대규모 저장시설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탄소 포집 및 운반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해당 시설에 환경보호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톤당 15~120달러까지 책정된 탄소 저장 비용에 대한 말레이시아 정부 대책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탄소 포집 및 저장 법안’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경제 성장을 추진하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법안에는 국제 기준에 맞는 탄소 저장소 위험 관리 및 책임을 명시하고, 말레이시아 탄소 포집 및 저장 기관의 설립을 통해 산업 개발을 감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충분한 검토 없이 법안이 통과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상업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막대한 에너지 소비와 높은 저장 비용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가 경제 성장과 환경이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어떻게 쫓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자료
- https://theedgemalaysia.com/node/746993
- https://www.businesstoday.com.my/2025/03/08/which-state-could-benefit-most-from-the-ccus-bill/
- https://www.eco-business.com/news/lawmakers-ngos-decry-lack-of-safeguards-in-malaysias-new-carbon-capture-and-storage-bill/
- https://themalaysianreserve.com/2025/03/10/ccus-bill-2025-a-necessary-step-or-a-risk-to-malaysias-environment/
- https://www.gasworld.com/story/concerns-voiced-over-rushed-malaysia-ccus-bill/2152748.article/
- https://www.malaymail.com/news/malaysia/2025/03/25/dewan-negara-passes-ccus-bill-2025-paving-way-for-carbon-capture-and-green-growth/17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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