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15. 03:00ㆍ필리핀/뉴스와 통계

지난 4월 5일 미국 OTT 업체 넷플릭스가 신작을 내놓았다. 신작 제목은 ≪기생수: 더 그레이≫로 일본 만화가 이와아키 히토시가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연재한 ≪기생수≫를 기반으로 확장된 세계관을 담은 이야기를 그려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사이비≫, ≪부산행≫, ≪지옥≫ 등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이 연출했으며, 배우 전소니, 구교환, 이정현, 권해효, 김인권 등이 출연했다.
≪기생수≫의 원작자 이와아키 히토시는 인터뷰를 통해 30년이 넘은 작품이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또 주인공 수인이 기생생물인 하이디와 공존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신선했다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은 “괴물이 등장하는 작품을 꽤 많이 해왔고 어느 정도 정형화된 괴물들의 모습을 잘 알고 있다”라고 운을 뗀 후 “이번에는 새로운 종류의 괴물을 그려내야 해서 시각효과가 까다로웠다”라고 밝혔다.

필리핀 언론도 연상호 감독의 6부작 ≪기생수: 더 그레이≫에 관심을 표명했다. ≪ABS-CBN News≫는 “지구인의 몸에 기생하는 외계 생명체의 독특한 외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기 위한 고충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첩한 좀비가 등장하는 ≪부산행≫과 죄인을 사냥하는 ≪지옥≫의 존재를 그려낸 연상호 감독의 해석은 이번 작품에서도 돋보였다”라고 전했다. 또한 연 감독의 말을 인용하여 “좋아하는 원작을 기반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던 것은 영광이며 원작자인 이와아키 히토시가 ≪부산행≫을 재미있게 본 덕분에 ≪기생수: 더 그레이≫를 연출할 수 있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Philstar≫는 연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자 촬영하기 가장 어려웠다고 언급한 4화의 다리 전투 장면에 대해 세트장 촬영 후 시각효과를 넣어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쉽지 않았음을 전했다. 또 “≪tv N≫의 드라마 ≪방법≫과 ≪기생수: 더 그레이≫ 모두 두 초자연적 현상, 인간 본성, 어둠에 맞서 싸우는 존재 등이 등장하는 공통점이 있기에 두 작품이 하나로 연결되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면 더 흥미롭고 재미있을 것”이라는 연 감독의 말도 인용했다.
≪Manila Bulletin≫은 4월 10일 기사를 통해 ≪기생수: 더 그레이≫가 한국을 비롯하여 필리핀, 말레이시아, 도미니카 공화국, 바레인, 볼리비아, 베트남, 싱가포르, 자메이카, 태국, 홍콩 등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첫 방영 이후 13일까지 필리핀을 비롯하여 앞서 언급된 모든 국가들에서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13일 기준 넷플릭스 필리핀 순위를 보면 1위 ≪기생수: 더 그레이≫에 이어 2위는 ≪눈물의 여왕≫으로 ≪기생수: 더 그레이≫가 시작되기 전에는 ≪눈물의 여왕≫이 1위였다.

한편 3일 전 필리핀 넷플릭스에는 “기생수들이 필리핀에 있다(Parasites Spotted in the Philippines)”라는 51초 길이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동영상에는 음악을 듣다가 기생수로 변하는 여자, 재채기를 하다가 기생수로 변하는 남자 그리고 함께 치킨을 먹다가 기생수로 변하는 사람을 보고 일행이 소리를 지르는 장면 등과 함께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They are everywhere)”,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Nobody is safe)” 등의 문구가 나온다. 해당 장면을 본 필리핀 누리꾼들은 “재미있다”라는 반응부터 “스위트홈이 더 낫다”, “이거 실화냐”, “아마 나도 기생수인 듯(Maybe I am a Parasite)”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1980년대 후반 전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의 조셉 새뮤얼 나이(Joseph Samuel Nye Jr.) 석좌교수는 ‘연성권력(Soft Power)’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나이 교수는 ‘연성권력’을 ‘국가의 문화’와 ‘국가의 정신적 가치’, 그리고 ‘정당하고 도덕적 권위가 있는 국가의 대외정책’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연성권력’은 바로 ‘문화’인데, 이에 관해서는 백범 김구 선생도 언급한 바가 있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를 통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말하면서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큰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1988년에 첫 등장한 일본 만화 ≪기생수≫가 한국 제작진과 미국 자본을 만나 ≪기생수: 더 그레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또한 이를 세계인들이 같이 즐기는 시대를 목도하고 있다. 우리는 함께 하여 문화적 변용이 일어나고 그로 인한 결과물을 공유하면서 즐거울 수 있는 문화의 힘을 느끼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참고자료
- https://news.abs-cbn.com/entertainment/2024/4/3/visual-effects-challenging-in-parasyte-the-grey-says-director-1413
- https://www.philstar.com/entertainment/2024/04/07/2345814/train-busan-director-explores-monsters-among-us-anew-parasyte-grey
- https://mb.com.ph/2024/4/9/parasyte-the-grey-debuts-at-no-1-on-netflix-s-global-top-10-list-queen-of-tears-at-no-2
- https://www.youtube.com/watch?v=VbhsNwBEtw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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