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에그드랍 성공을 통해서 보는 문화경제학

2025. 12. 25. 10:14필리핀/음식과 문화

 

https://www.abs-cbn.com/news/business/2024/12/17/eggdrop-brings-famed-k-drama-sandwiches-to-ph-1931

2024년 12월 에그드랍(EGGDROP) 필리핀 내 첫 지점이 마닐라에 있는 대표적인 초대형 쇼핑몰인 SM 몰 오브 아시아(SM Mall of Asia) 1층에 문을 열었다. 개업 당일 새벽부터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필리핀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어서 2025년 11월에는 필리핀 최대 상업 및 주거 중심지인 BGC(Bonifacio Global City)에 2호점을 내면서 프리미엄 샌드위치 브랜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에그드랍은 버터 앤 솔트 그룹(Butter and Salt Group)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필리핀에 진출했다. 진출 배경에는 필리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 인기가 있다. 에그드랍은 극 중 이익훈 아들인 우주가 좋아하는 샌드위치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는 필리핀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며, 관련하여 버터 앤 솔트 그룹 대표 스튜어트 옹(Stewart Lee Ong)은 드라마 속 샌드위치를 보고 필리핀 도입을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에그드랍은 필리핀 내 인플루언서들과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 K-샌드위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또한 에그드랍이 내는 고유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브리오슈를 비롯하여 여러 조리법을 한국 본사 방식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신선도 유지를 위해 달걀 등 일부 재료는 필리핀 현지 농가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제품을 공급받아 지역 상생과 품질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고 있다. 

https://www.abs-cbn.com/lifestyle/food-travel/2025/11/7/korea-s-eggdrop-expands-with-new-store-in-bonifacio-global-city-1000

필리핀 매체  《ABS-CBN》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보았던 그 샌드위치를 이제 직접 맛볼 수 있게 되었다며, 에그드랍 1호점에 대한 기대감을 집중 보도했다. 《BusinessWorld》는 1호점 개장 당시 시식기를 통해 “부드러운 브리오슈와 스리라차·랜치 소스의 조합이 필리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호점 개장과 맞물려 《Philstar》는 에그드랍이 ‘BGC의 새로운 미식 이정표’이자 현지 직장인과 사이에서 새로운 명소로 부상하고 있음을 전하는 기사를 작성했다.

에그드랍이 필리핀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 인기가 작동한 사례라 볼 수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등장한 에그드랍 샌드위치는 한국만이 아니라 필리핀에서도 단순한 노출을 넘어 실제 이를 소비하는 매출로 연결됐다. 한국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필리핀 소비자들은 한국 제품과 관련하여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와 디토 소비(Ditto Consumption)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디드로 효과’는 제품 구매 후 이와 어울리는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행동을 말이다. 한국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필리핀 소비자들은 한국산 제품에도 호감을 보인다. 디토 소비’에서 디토(Ditto) ‘나도 그래’, ‘마찬가지야’라는 라틴어로, 자신과 좋아하는 사람이나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소비하는 ‘모방 소비 현상’을 뜻한다. 디드로 효과’가 통일성을 위한 심리적 소비라면, 디토 소비’는 정보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 실패 확률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소비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드라마에 등장한 주인공이 사용하는 제품과 음식들을 즐기고자 하는 현상들은 이러한 부분과 관련이 있다. 

매장에서 만난 마리아 산토스(Maria Santos) 씨는 드디어 우주처럼 먹어본다면서, “마침내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에 있는 기분이다(I finally felt like I'm in Hospital Playlist)”라고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 자신을 안젤라라고만 밝힌 필리핀 여성은 “지난번 서울 여행 이후 이 맛이 그리웠다(I missed this since my last Seoul trip)”라고 말하면서, 한국에서 먹었던 맛을 필리핀에서 다시 느낄 수 있어 좋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드라마에 상품이 등장하는 PPL(Product Placement), 다시 말해 간접광고는 과도한 경우가 아니라면 광고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며 PPL을
 광고가 아니라 등장인물이 보내는 일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2013년 방영된 <별에서 온 그대> 여주인공 천송이가 치맥(치킨과 맥주)을 언급하면서 중국 내 한국식 치킨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에그드롭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필리핀 진출에 도움을 받았다. 

필리핀에서 한국 드라마가 갖는 문화적 힘은 해당 효과를 배가시킨다.
 「2025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필리핀은 88.9%라는 한류에 대한 높은 호감도를 기록하며 조사 대상 26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또한 한류가 한국 제품/서비스 구매에 미치는 영향은 81.6%로,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소비한 후 실제 관련 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매우 높다. 이는 필리핀인들이 단순히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자신 일부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에그드랍이 필리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이전에 편의점 업계 강자인 세븐일레븐이 한 발 빨리 움직였다. 필리핀 세븐일레븐은 2022년 7월 7-Fresh K-Style Snacks로 케이 스타일 에그드랍 샌드위치(K-Style Egg Drop Sandwich)를 먼저 출시했으며, 2023년부터는 스팸(SPAM®)과 협력하여 스팸 에그 앤 치즈 코리안 에그 드롭 샌드위치(SPAM® Egg and Cheese Korean Egg Drop Sandwich)를 출시했다.

필리핀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은 한국 드라마 열풍을 반영한 상품을 출시하여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세븐일레븐은 에그드랍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낮은 89페소로 책정하여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버터 풍미가 가득한 브리오슈 사이에 두툼한 스팸과 고소한 치즈, 부드러운 계란을 채워 넣었으며, 기존 베이컨 앤 콘에 이어 새로운 선택지를 추가함으로써 소비자들 선택 폭을 넓혔다.

필리핀 세븐일레븐과 에그드랍이 보여주는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소비문화 파급 속도와 범위가 얼마나 빠르고 깊은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에그드랍에 대한 필리핀 소비자들이 보인 반응은 단순한 ‘맛이 좋다를 넘어서 K-팝 팬 연구에서 나타나는 감정적 애착(Emotional Attachment)과 연결된다. K-팝 소비자들이 콘서트 티켓이나 팬미팅에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아이돌과 감정적 연결을 강화하는 경험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팬은 에그드롭 샌드위치를 주문하면서, 우주가 느꼈을 법한 감정을 되짚어보고, 드라마 속 인물이 속한 세계로 들어가서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감정적 연결만으로는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에그드롭이 필리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드라마 속 제품에 대한 기대감과 실제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일관성을 견지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에그드랍 샌드위치에 대해 
구름 같은 식감(Cloud-like texture)이라는 말로 일반적인 계란이 들어간 샌드위치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하거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브리오슈가 샌드위치에 대한 기준을 바꿔줬다고 평하기도 했다(The bread itself is a game changer). 그 이외에 “먹기에 너무 아깝다(Too pretty to eat)”라고 하거나 “샌드위치 치고는 가격이 좀 있지만 품질이 그 값을 한다”라는 평도 있었다. 또한 2호점을 찾는 직장인들은 커피와 샌드위치가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등 커피와 조합을 칭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에그드랍의 필리핀 성공 사례는 한국 대중문화가 단순한 문화 콘텐츠를 넘어 구체적인 경제 활동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명확히 보여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를 매개로 필리핀 소비자들의 감정적 애착이 형성되었고, 소비자들은 실제 제품 구매를 통해 드라마를 현실로 이끌었다. 이러한 성공은 PPL과 감정적인 애착 관계에 기댄 소비만으로는 불가능하며, 한국 본사 조리 방식 유지와 필리핀 현지 유기농 재료를 활용한 품질 관리 등이 뒷받침되어 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에그드랍이 필리핀에서 이루어낸 성과는 문화적 영향력이 좋은 제품을 만나 지역 맥락에 맞춘 섬세한 운영전략이 뒤따를 때 지속 가능하다는 교훈적인 사례로 생각된다. 



참고자료
- 《Rappler》(2022. 8. 5). Attention, chingus! 7-Eleven now has egg drop sandwich, other Korean snacks, https://www.rappler.com/life-and-style/food-drinks/egg-drop-sandwich-korean-snack-7-eleven-stores/
- 《When In Manila》(2024. 3. 26). 7-Eleven Now Serves Up SPAM Onigirazu and Korean Egg Drop Sandwich, https://www.wheninmanila.com/7-eleven-spam-onigirazu-and-korean-egg-drop-sandwich/
-《ABS-CBN》 (2024. 12. 17). Eggdrop brings famed K-drama sandwiches to PH, https://www.abs-cbn.com/news/business/2024/12/17/eggdrop-brings-famed-k-drama-sandwiches-to-ph-1931
- 《BusinessWorld》 (2025. 1. 16). Eggdrop ‘drops’ in Manila, https://www.bworldonline.com/arts-and-leisure/2025/01/16/646884/eggdrop-drops-in-manila/
-《ABS-CBN》 (2025. 11. 7). Korea’s Eggdrop expands with new store in Bonifacio Global City, https://www.abs-cbn.com/lifestyle/food-travel/2025/11/7/korea-s-eggdrop-expands-with-new-store-in-bonifacio-global-city-1000 
- 《Philstar》 (2025. 12. 15). South Korea's iconic gourmet egg sandwich now in Taguig, https://www.philstar.com/lifestyle/food-and-leisure/2025/12/15/2494474/south-koreas-iconic-gourmet-egg-sandwich-now-taguig#google_vign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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