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돌아보는 필리핀 영화

2024. 10. 9. 01:03필리핀/음식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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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랜드>

필리핀은 1571년부터 1898년까지 스페인 식민지였다. 1898년 6월 12일, 에밀리오 아기날도가 독립을 선언했으나 스페인과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이 필리핀을 다시 지배했다. 결국 1946년 7월 4일이 되어서야 필리핀은 긴 시간 동안 잃었던 주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필리핀은 미국으로부터 독립한 7월 4일이 아니라 스페인을 상대로 독립을 선언한 6월 12일을 독립기념일로 기념하고 있다. 이렇게 스페인 식민지를 오래 겪은 필리핀에 영화가 처음 들어온 것도 스페인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다. 1897년 1월 1일에 스페인 사람들이 수입한 영화가 필리핀 최초로 상영됐다. 이후 1919년 9월 12일에 최초로 필리핀인이 영화 <Dalagang Bukid>가 상영됐다. 보통 한국 첫 영화 상영을 1903년 6월 23일 전후로 보고 있지만 외국 기록을 보면 1897년 10월에 한국 내에서 영화가 최초로 상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1919년에 처음으로 한국인이 제작한 <의리의 구토>가 상영됐으니 양국 사이 영화 관련 유사점을 찾자면 최초 상영과 최초 제작 시기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lt;판토스미아&gt;

지난 10월 2일에 시작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1일까지 작년보다 15편 많은 총 224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필리핀 감독 가운데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영화제를 찾은 브리얀테 멘도사(Brillante Mendoza) 감독과 라브 디아즈(Lav Diaz) 감독이 눈에 띈다. 작년 영화 〈모로〉를 들고 부산을 찾은 멘도사 감독은 이번에 <마더랜드>라는 작품으로, 역시 작년에 〈호수의 깊은 진실〉로 영화제를 찾았던 디아즈 감독은 영화 <판토스미아>로 관객과 만났다. 멘도사 감독은 2009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디아즈 감독은 2016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는 명망 높은 감독이다. 두 감독 이외에도 로렌스 파하르도(Lawrence Fajardo) 감독은 <조용한 경청>과 함께, 세드릭 라바디아(Cedrick Labadia) 감독은 <1+2 폭탄세일>이라는 영화를 들고 부산을 찾았다. 파하르도 감독은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 <아목>을 출품한 바 있고, 필리핀판 영화 <끝까지 간다(A Hard Day)>를 연출하기도 했다. 라바디아 감독은 이번 영화가 첫 연출작이며, 마닐라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필리핀 영화는 지난 2009년에 한국과 필리핀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필리핀 독립영화의 계보학’이라는 특별전을 마련해 총 14편이나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멘도사 감독은 영화 〈도살〉을, 디아즈 감독은 〈콘셉시온 구역의 범죄자〉라는 영화로 한국 관객과 마주했다. 또한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필리핀 영화 100주년을 축하하는 특별전이 마련됐으며, 고인이 된 에디 로메로(Edgar Sinco Romero) 감독이 연출한  <그때 우리는>이 상영되기도 됐다. 이 영화는 스페인과 미국에 맞서 무장투쟁을 하던 시기를 그려냈다. 2012년에 작고한 마리오 오하라(Mario Herrero O'Hara) 감독이 연출한 <신이 없던 3년>은 일본이 필리핀을 침략한 시기를 배경으로 필리핀계 일본군의 이야기를 통해 모두가 희생자가 되는 비참한 전쟁을 그려냈다. 또한 한국처럼 독재를 경험한 필리핀이기에 그러한 상처를 그려낸 작품도 한국에 소개됐다. 치토 S. 로뇨(Chito S. Roño) 감독은 <70년대>라는 영화를 통해 계엄령을 선포한 대통령 마르코스가 정적들을 잔혹하게 제거하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참고자료
- http://sdfilipinocinema.org/philippine-cinema-history/
- https://zznz.co.kr/archives/4091
- https://www.biff.kr/kor/html/program/movie_list.asp?ServiceName=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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