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25. 11:35ㆍ필리핀/음식과 문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아세안 국가는 필리핀이다. 7,000개가 넘는 섬이 많은 필리핀에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다양한 음식들이 존재한다. 필리핀 여러 지역에서도 음식으로 유명한 지역을 말하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바로 빰빵가(Pampanga)다. 빰빵가는 ‘필리핀 미식 수도(culinary capital of the Philippines)’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 지역에서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상징적이고 사랑받는 여러 요리들을 배출했다.
이렇듯 빰빵가는 식민지 권력과 다양한 방식으로 조우할 수 있었고, 전통 음식은 스페인 및 미국 요리 영향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빰빵가는 요리로 유명한 지역이 됐다. 이러한 빰빵가를 대표하는 요리로 가장 유명한 시식(Sisig)을 비롯하여 달콤하게 절여서 먹는 고기 요리인 토시노(Tocino) 그리고 속을 채워서 만드는 요리인 모르콘(Morcon)과 렐레노(Relleno)가 있으며, 달콤하고 폭신한 빵인 엔사이마다(Ensaymada)와 물소인 까라바오 우유로 만든 후식인 띠복띠복(Tibok-tibok) 등도 유명하다.

빰빵가 요리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시식(Sisig)’은 ‘신맛을 내다’라는 옛 단어인 ‘시시간(Sisigan)’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우구스티노 수도회(Augustinians) 소속 디에고 베르가노(Diego Bergaño)가 1732년 스페인어를 포함하여 빰빵가 지방(Pampanga)에서 사용되던 단어를 정리한 책에 처음 등장한다. 기록에 따르면 시식은 “파파야나 구아버에 소금, 후추, 마늘, 식초를 넣은 샐러드”였다.
빰빵가는 식민지 권력과 다양한 방식으로 조우할 수 있었고, 전통 음식은 스페인 및 미국 요리 영향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빰빵가는 요리로 유명한 지역이 됐다. 이러한 빰빵가를 대표하는 요리로 가장 유명한 시식(Sisig)을 비롯하여 달콤하게 절여서 먹는 고기 요리인 토시노(Tocino) 그리고 속을 채워서 만드는 요리인 모르콘(Morcon)과 렐레노(Relleno)가 있으며, 달콤하고 폭신한 빵인 엔사이마다(Ensaymada)와 물소인 까라바오 우유로 만든 후식인 띠복띠복(Tibok-tibok) 등도 유명하다.

이후 시식은 돼지 머리와 간 부위 등을 넣어서 만들기도 했으며, 여기에 깔라만시(Kalamansi), 양파, 고추를 넣어 새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내는 형태로 발전됐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필리핀에 여행 가서 접하는 시식은 앞서 언급한 것과 다른 형태로, 이러한 시식은 20세기 중반에 등장했다. 사진과 같이 철판에 나오는 시식은 ‘알링 루싱(Aling Lucing)’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앙헬레스 출신인 루시아 쿠나난(Lucia Cunanan)이 처음 만들었다.
루시아 쿠나난은 클락 미 공군기지(Clark Air Base)에서 소비되지 않던 돼지 여러 부위를 구매했고, 돼지 머리 부위를 구워 잘게 썰어 양파와 섞어 뜨겁게 달군 철판에 제공했다. 루시아 쿠나난은 1974년 앙헬레스시(Angles City)에서 알링 루싱이라는 상호로 식당을 냈으며, 그녀가 만든 시식은 유명세를 탔다. 그 결과 앙헬레스는 ‘필리핀 시식 수도(Sisig Capital of the Philippines)’로, 루시아 쿠나난은 ‘시식 여왕’으로 널리 알려졌다.

뜨겁게 달군 철판에 내놓은 시식은 독특한 식감과 맛을 냈으며, 이후 깔라만시, 고추, 마요네즈, 계란 등이 추가되면서 더욱 발전하게 됐다. 어찌 보면 오래되지 않은 1970년대 등장한 시식이지만 이후 빰빵가 요리를 상징하는 대표 주자가 됐으며, 지역민들에게는 자랑거리 중 하나가 됐다. 시식은 이후 창의적인 변주를 통해 치킨 시식과 물고기인 방우스로 만드는 시식(Bangus Sisig) 그리고 두부 시식 등 채식주의자를 위한 형태로까지 발전했다.
필리핀에 시식이 있다면 한국에도 미군 부대와 관련된 음식이 하나 있는데 그 음식은 다름 아닌 부대찌개이다. 부대찌개는 시식처럼 기존에 있던 찌개와 전골 요리가 미군 부대 식재료와 만나면서 탄생한 요리이다. 미군 부대에서 나온 소시지, 햄, 베이컨과 김치, 콩나물, 마늘, 고추장 등을 함께 끓여 풍부하고 강렬한 맛을 냈다. 부대찌개는 의정부, 송탄, 군산 등 미군 부대 주위에서 유명세를 타다가 이제는 한국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는 전국구적인 음식이 됐다. 부대찌개는 국물을, 현재 시식은 볶음을 기반으로 하는 서로 다른 나라 요리지만 미국 부대 인근에서 발전했으며, 두 음식 모두 양국 역사와 문화가 반영된 음식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https://pepper.ph/blog/sisig-history
- https://benilde.on.worldcat.org/oclc/191763088
- https://www.findagrave.com/memorial/178157717/lucia-cuna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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