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29. 06:31ㆍ말레이시아/뉴스와 통계

지난 8월 21일, 말레이시아 하원(Dewan Rakyat)은 국가 5개년 발전 청사진인 ‘제13차 말레이시아 계획(13MP)’을 통과시켰다. 동의안은 8월 4일부터 약 8일간 총 161명의 의원이 참여한 토론 끝에 의결됐다. 이번 계획은 ▲경제 성장 가속화(raising the ceiling) ▲삶의 질 향상(raising the floor) ▲행정 효율성 제고(strengthening governance)를 세 가지 축으로 삼고 있으며, 4대 핵심 과제와 27개 우선순위, 100개 이상의 실행 전략을 포함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 교육체계 개혁, 국민연금(EPF) 인출 방식 개선 등이 주요 쟁점으로 논의됐다.
같은 날 하원에는 도심재생법안(Urban Renewal Bill 2025, URA)이 상정됐다. 발의자는 코타바루 지역구 의원이자 지방정부발전부 장관인 응아 코밍(Nga Kor Ming)이다. 이번 법안은 말레이시아 최초로 노후·위험 주거지를 체계적으로 재개발할 수 있는 법적 틀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2015년부터 도시재생을 국가 정책으로 모색하기 시작했으며, 2020년에는 30년 이상 된 공공주택 재개발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법안은 그간의 정책적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첫 입법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안은 주거환경 개선과 도시 인프라 보강, 공공시설 확충, 국가 유산 보존 등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목표로 한다.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도 “낡은 주택 재개발과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이 시급하다”며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이 제13차 말레이시아 계획에 명시된 ‘주거 및 도시환경 개선 목표’를 구체적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심재생법안 핵심은 재개발 대상 선정 기준과 주민 동의율이다. 법안에 따르면 30년 이상 된 건물은 소유주와 세입자 75% 이상이, 30년 미만 건물은 80% 이상이 동의해야 재개발이 추진된다. 반면 건물이 방치되었거나 안전상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전체 거주자 과반인 51% 동의만으로도 재개발이 가능하다. 재개발 구역 지정 권한은 각 주정부에 있으며, 쿠알라룸푸르 등 연방직할구는 연방정부가 맡는다. 이번 법안은 지방정부발전부와 연방도시계획청(PLANMalaysia)이 주민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해당 법안을 통해 노후된 주거지 안전성을 높이고, 도시 활력을 제고하며, 국민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재개발 절차 간소화와 주거지 현대화를 통해 인프라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은 이미 상당한 비판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일부 시민 단체와 법조계는 이 법안을 ‘개발업자에게만 유리한 법(Developer Enrichment Act)’ 이라며 재산권 침해, 주민 강제 이주, 투명성 부족, 권력 남용 등에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제시된 동의율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방(Subang) 지역구 웡 첸(Wong Chen) 의원은 “30년 이상 건물은 85%, 30년 미만은 90% 동의가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며, 저소득층과 세입자가 밀집한 공공주택 지역에서 거주민들이 의사결정에서 소외될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부유한 개발 지대 소유자들의 이익 추구로 낮은 동의율 하에 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서민층이 쫓겨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야당인 페리카탄 나시오날(Perikatan Nasional, PN) 역시 소속 의원 68명 전원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PN 대표 타키유딘 하산은 “우리는 토론 없이도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8월 28일로 예정됐던 2차 심의는 열리지 않았다. 대신 응아 코밍 장관은 법안을 일부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모든 건물에 대해 재개발 추진 동의율을 80%로 단일화하는 내용이 담긴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는 기존 75%에서 상향된 수치로, 건물 연령 구분을 없애고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응아 장관은 특히 “재산 소유권이 저당 설정되었거나, 부실 대출로 문제가 있거나,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지 않았거나, 원 소유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 등 나머지 20%의 복잡한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개정이 2023년 도시재생 가이드라인 승인, 지방정부협의회 승인, 국회 인프라·교통·통신 특별위원회와의 여러 차례 협의 등 투명하고 단계적인 절차를 거쳐 마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도심재생구역 지정 권한은 연방이 아닌 주정부에 있으며, 현재 테렝가누 주에서 22곳, 케다 주에서 55곳이 잠재적 대상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참고자료
- https://hartamas.com/urban-renewal-in-malaysia-a-deep-dive-into-the-urban-renewal-act-and-its-impact-on-the-klang-valley/
- https://www.malaymail.com/news/malaysia/2025/06/17/urban-renewal-in-focus-as-kl-flats-face-decades-of-neglect/180586
- https://www.businesstoday.com.my/2025/08/21/house-passes-motion-on-13th-malaysia-plan/
- https://www.nst.com.my/news/nation/2025/08/1263495/urban-renewal-bill-faces-pushback-mps
- https://www.freemalaysiatoday.com/category/nation/2025/08/26/opposition-mps-unafraid-of-suspension-for-protesting-urban-renewal-bill
- https://thesun.my/malaysia-news/kpkt-to-amend-urban-renewal-bill-with-80-consent-threshold-OK14784082
- https://www.freemalaysiatoday.com/category/nation/2025/08/28/urban-renewal-bill-to-be-amended-after-falter-in-sup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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