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 6. 06:44ㆍ필리핀/뉴스와 통계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방영됐던 tvN 토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필리핀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 윤세리와 리정혁 역할을 맡았던 배우 손예진과 현빈은 해당 드라마 종영 후인 2022년 3월에 실제 부부가 되기도 했다. 인기에 힘입어 현빈과 손예진은 필리핀 스마트 커뮤니케이션즈(Smart Communications) 광고 모델이 되기도 했다. 스마트 커뮤니케이션즈는 필리핀 최대 통신사 PLDT 자회사로, 글로브(Globe)와 함께 필리핀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하는 가입자 수 2위의 선도적인 무선 통신 및 디지털 서비스 제공업체이다.
한국 드라마 가운데 <사랑의 불시착>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후반 서울에 거주하는 다섯 가족 이야기를 다룬 <응답하라 1988> 역시 필리핀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배우 송혜교가 주연을 맡아 학교 폭력과 복수를 다루며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더 글로리> 역시 필리핀에서 인기가 많았다. 두 드라마보다 앞선 2016년 방영된 <태양의 후예>는 파병지에서 벌어지는 극한 상황 속에서 사랑에 빠지는 군인과 의사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필리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 드라마는 2020년 필리핀 최대 지상파 방송사인 GMA 네트워크를 통해 현지 버전으로 리메이크되었으며, 필리핀의 톱스타 딩동 단테스(Dingdong Dantes)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3년 필리핀 방송국을 통해 <가을 동화>, <천국의 계단>, <풀 하우스>, <내 이름은 김삼순>, <커피프린스 1호점> 등이 방영되기 시작한 이후, 필리핀 내 한국 드라마 인기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세기와 21세기 들어 아시아 국가 중 어느 나라도 20년 이상 한국처럼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사례는 없다. 한국 드라마 성공은 공감 가는 이야기, 효과적인 마케팅, 그리고 보편적인 인간 감정에 대한 진정성 있는 묘사에 기인한다. 그 결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증가했으며, 많은 필리핀인들이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하기 위해 한국을 여행하고 있다.
2019년 한국 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한류 관광객 중 필리핀 관광객이 21.7%를 차지했으며, 이들 중 88.3%가 3년 내 한국 재방문 의사를 밝혔다. 2025년 필리핀은 중국, 일본, 대만, 미국, 홍콩에 이어 여섯 번째 그리고 아세안에서는 가장 많이 한국을 방문한 국가가 됐다. 한국관광공사 마닐라지사가 발표한 2025년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을 찾은 필리핀 관광객은 총 615,141명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한편 한국 드라마 인기는 필리핀 고등 교육 기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필리핀 대학교(UP Diliman) 방송통신학부는 2020년 여름 학기부터 한국 드라마 분석 과목을 개설했다. 해당 수업에서는 <사랑의 불시착>, <시카고 타자기>, <미생> 등을 분석 대상으로 했으며, 20명 정원에 173명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필리핀 대학교는 UP 한국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매년 필리핀-한국 연구 심포지움을 개최하고 있다.

2025년 4월 28일부터 29일까지 UP 한국연구센터(KRC) 주최, UP 언어학과 및 국제학센터(CIS) 공동 주관, 한국국제교류재단(KF) 후원으로 제10회 필리핀-한국 연구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필리핀 한국학 10년: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주시하며, 미래를 내다보다(A Decade of Korean Studies in the Philippines: A Glance at the Past, A Gaze at the Present, A Glimpse of the Future)>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필리핀 내 한국학 연구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던 만큼, 지난 성과를 정리하고 향후 필리핀 내 한국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해당 심포지엄은 필리핀 내 한국학 교육 역사를 되짚어보는 ‘과거’로 시작해, 한국 대중문화 인기를 학술적 연구로 연결하는 ‘현재’ 흐름을 분석했다. 나아가 ‘미래’에서는 AI 기반 한국어 교육과 양국 간 경제·외교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여러 학자와 학생, 교육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여 한국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필리핀 내 한식당 수는 81.2%나 증가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2025년까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삼겹살로 대표되는 한국식 바비큐 레스토랑은 필리핀 젊은 세대 소비 문화를 크게 변화시켰다. 더욱 주목할 점은 한국 드라마를 통해 소개된 한국 소주, 특히 진로 소주 판매량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평균 42% 증가했으며, 진로가 필리핀 소주 시장 가운데 67%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필리핀은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진로 소주 최대 수입국으로 자리잡았으며, 이는 한국 드라마가 한국 식품 및 음료 산업 수출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026년 현재, 필리핀은 한국에 관심이 많은 국가 중 하나이다. 필리핀에서 한국 드라마는 단순히 화면 속 즐거움을 소비하는 측면을 넘어서서, 이제는 필리핀 문화와 경제 그리고 교육 관련 부분에도 영향을 주는 사회문화적 현상이 됐다. 한국어 학습 수요가 증가하고 대학 내 한국학 연구가 활성화되는 등, 필리핀 청년층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학문적 탐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양국 인적 자원 교류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토대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성공을 발판 삼아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드라마에 편중된 관심을 영화, 문학, 클래식 및 현대 음악, 시각 미술 등 한국 문화 전반으로 확장하여 외연을 다변화하고 확장해야 할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은 ‘일방향적인 문화 전파’가 아닌 ‘쌍방향적인 교류’ 자세이다. 필리핀 문화를 존중하고 문화 다양성을 보존하려는 성찰적 태도가 병행될 때, 한류는 현지에서 반감을 사지 않고 더욱 건강하게 뿌리 내릴 수 있다. 앞으로 십 년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서로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참고자료
- 《UP News》 (2019. 12. 8). UP Korea Research Center and UP Department of Linguistics hold the 6th Philippine Korean Studies Symposium, https://up.edu.ph/up-korea-research-center-and-up-department-of-linguistics-hold-the-6th-philippine-korean-studies-symposium/
- 《Philstar》 (2020. 3. 3). How I ‘crash-landed’ ahead of the rest, https://www.philstar.com/entertainment/2020/03/03/1997531/how-i-crash-landed-ahead-rest
- 《Philstar》 (2020. 8. 15). Korean Wave UP Diliman offers class on K-dramas, https://www.philstar.com/lifestyle/on-the-radar/2020/08/15/2035520/diliman-offers-class-k-dramas
- 《Allkpop》 (2022. 10. 20). "Our fellow countrymen idolize Korean actors, while our artists are losing their jobs," Filipino senator Jinggoy Estrada under fire for wanting to ban K-dramas in the Philippines, https://www.allkpop.com/article/2022/10/our-fellow-countrymen-idolize-korean-actors-while-our-artists-are-losing-their-jobs-filipino-senator-jinggoy-estrada-under-fire-for-wanting-to-ban-k-dramas-in-the-philippines
- 《Inquirer》 (2022. 11. 8). Jinggoy Estrada bemoans ‘antagonist’ tag after floating idea on K-drama ban, https://newsinfo.inquirer.net/1690742/jinggoy-estrada-bemoans-antagonist-tag-after-floating-idea-on-k-drama-ban
- 《Philstar》 (2023. 1. 6). Song Hye Kyo, Lee Do Hyun’s The Glory is most-watched show on Netflix Philippines, https://www.philstar.com/entertainment/2023/01/06/2235768/song-hye-kyo-lee-do-hyunsthe-glory-most-watched-show-netflix-philippines
- 《Seasia Stats》 (2024. 2. 13). 15 Countries with the Highest K-Drama Viewers, https://seasia.co/infographic/15-countries-with-the-highest-k-drama-viewers
- 《University of the Philippines Korean Research Center》 (2025. 5. 8). Academicians and Scholars of Korean Studies gathering at the 10th Philippine Korean Studies Symposium, https://upkrc.wordpress.com/2025/05/08/academicians-and-scholars-of-korean-studies-gathering-at-the-10th-philippine-korean-studies-symposium/
- 한국관광데이터랩, https://datalab.visitkorea.or.kr/site/portal/ex/bbs/View.do?cbIdx=1132&bcIdx=3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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